독자를 혼내는 자기 계발서
추천 : ★★★★☆
'침대에 누워 걱정만 하는 게으른 완벽주의자를 위한..
자기 계발서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지식'을 전달하는 자기 계발서가 있고,
'경험'을 전달하는 자기 계발서가 있고,
'철학'을 전달하는 자기 계발서가 있다.
지식을 전달하는 자기 계발서는 도움이 된다.
내가 몰랐던 사실을 배울 수 있다.
경험을 전달하는 자기 계발서는 재미가 없고, 도움도 별로 안 된다.
결국 다 똑같은 얘기만 한다. 그런 것보다는 차라리 아예 한 사람의 일대기나 위인전을 읽는 것이 재미있다.
철학을 전달하는 자기 계발서도 도움이 된다.
내가 알고 있었지만 늘 보던 시각이 아닌 다른 방향에서 그것을 새롭게 보게 해 준다.
(번외로 요즘 유난히 자꾸 괜찮다며 '위로'를 해주는 자기 계발서가 양산되는데 그것 만큼 최악인 것은 없다.
아무 정보도, 철학도 없고 그냥 듣기 좋은 소리만 한다.)
이 책이 어떤 종류의 자기 계발서인지 몰랐을 때 사실 부제목의 자극적인 문구에 끌려서 구매를 했다.
실제로 내가 저 모습을 자주 하고 있기도 해서 과연 다른 자기 계발서처럼 식상한 이야기를 하는지,
아니면 정말 괜찮은 책일지 궁금했다.
독자를 꾸짖다.
경험을 이야기하는 자기 계발서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다.
1. 뻔하고 똑같은 이야기를 그럴듯한 표지로 포장해 놓은 책들이 많다.
2. 자신이 성공한 이유를 자신이 해온 행동들로 한정 짓는다.(결과론적 해석)
그런 자기 계발서의 표정에는 영혼이 없다.
'당신은 할 수 있다, 힘들어도 포기하지 말아라, 고생 끝에 낙이 온다..'
'메모해라, 아침 일찍 시작해라, 혼신을 다 해라.'
'난 이렇게 성공했다. 당신도 이렇게 해야 성공한다.'
마치 돈 버는 방법을 가르치는 강의로 돈을 버는 사람 같다.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본질은 빠져있고 피상적인 이야기만 하는 것 말이다.
주제넘은 평가일 수도 있지만 그런 자기 계발서는 별것도 아닌 얘기 가지고 호들갑을 떨고 무엇보다 너무 건방지다.
그런데 이 책은 처음부터 조금 달랐다.
전반적인 책의 말투는 굉장히 공격적이다.
개리 비숍 스스로도 이 책이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읽지 말라고 써두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자의 말대로 쉽게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은 이 책이 그다지 좋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난 좋았다.
책의 구성은 크게 7가지 파트로 나누어져 있고,
각 파트는 글쓴이가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한 줄로 요약되어 있다.
나는 의지가 있어.
나는 이기게 되어 있어.
나는 할 수 있어.
나는 불확실성을 환영해.
생각이 아니라 행동이 나를 규정해.
나는 부단한 사람이야.
나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모든 것을 받아들여.
조금 어색하게도 느껴지는 이 문장들을 글쓴이는'단언한다.'라고 한다.
우리가 말버릇처럼 쓰는 어투가 있다.
~하는 것 같아요. 좋은 것 같아요. 괜찮을 것 같아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것 같아요.
우리는 평소에 단언하는 형태의 문장보다는 주로 가정하는 형태의 문장을 사용한다.
물론 그럴 의도로 쓰는 말은 아니고 버릇처럼 나오는 말투다.
그래서 '단언하는' 말투가 어색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저자도 우리가 단언하는 말을 잘 쓰지 않는 것을 알고 있고, 이것이 잘못됐다는 것부터 책은 시작된다.
이 책이 내가 읽어보았던 다른 자기 계발서와 가장 달랐던 점은 바로 나 자신에 충실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책 속에는 따라 해야만 하는 롤모델도 없고, 소름 돋는 말투로 나를 위로하는 말도 없다.
오히려 내 속을 스스로 들여다보도록 요구한다.
그리고 내가 내 속을 들여다본 순간 책은 말한다.
"그것 봐. 네가 잘못하고 있었잖아. 네가 잘못하고 있으면서 왜 남을 탓해?"
책 내용을 모두 이야기해 주고 싶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을 하나 뽑아본다.
그들은 불확실한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불확실성은 그저 삶의 일부일 뿐이다.
그들은 확실성을 찾아다니지 않는다.
일을 하다 보면 불안감이 굉장히 높아지곤 한다.
병적인 불안감까지는 아니지만 일상생활에 꽤 영향을 미칠만한 불안감이다.
오늘 일어날 일들이 불안하고, 내일이 어떻게 될지 불안하고, 내가 어떻게 될지 불안하다.
남들에게는 숨기겠지만 속으로는 미래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는다.
일 뿐만 아니라 내가 늘 가지고 살던 성향이기도 했다.
뭔가를 할 때 늘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고 했다.
최악의 상황은 잘 일어나지 않지만, 늘 '만약에'라는 글자를 머릿속에 넣고 다녔다.
만약에 내가 실수한다면, 만약에 일이 잘못된다면, 만약에 어떻게 된다면..
"나는 이렇게 할 것이다."
이것이 결론이었다.
최악의 경우 나는 '어떻게 할 것'이라는 답이 필요했다.
그 답이 있어야 시작을 할 수 있었고, 그 답을 꺼낼 상황이 오지 않도록 노력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점점 복잡한 일을 마주할수록 답이 나오지 않았다.
내가 생각한 모든 최악의 상황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없었다.
한동안 답을 찾지 못해서 잠도 오지 않았고, 잠을 잘 못 자니 낮에는 기력과 의욕이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의 반복이었다.
불확실한 미래는 나에게 공포스러운 것이었고 나는 계속 그 공포를 구체화하려고 했다.
하지만 구체화하려고 할수록 미지의 불확실성은 점점 그 몸집을 키워갔다.
이 책의 저자 개리 비숏은 굳이 왜 그런 소모적인 행동을 하냐며 꾸짖는다.
내가 걱정하는 일은 대부분 일어나지 않는다.
너무 많은 변수가 있어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저자는 그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라고 한다.
불확실한 것 속에는 최악도 있겠지만 최고, 혹은 최고는 아니더라도 좋은 것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불확실성 속에서 넋 놓고 걱정만 하지 말고 부단히 나아가라고 말한다.
우리가 할 일은 걱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사실 이것도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 일 수 있다.
하지만 읽으면서 계속 '너는 그렇구나.'가 아니라 '나는 지금 어떻지?'를 생각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행동과 생각이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기 계발서는 마법서도 아니고, 선생님도 아니다.
단지 내가 알고는 있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살았던 부분에 영감을 불어넣어 줄 뿐이다.
3시간 정도 투자해 가볍게 읽은 자기 계발서 치고 꽤 좋았다.
다 아는 이야기지만 식상하지 않아서 좋았고,
오글거리지 않아도 좋았다.
무엇보다 길지 않은 문장으로 심플하게 써놓은 점이 마음에 들었다.
미래가 불확실해서 걱정되거나, 하는 일이 쉽게 풀리지 않아 마음이 무거울 때
길지 않은 시간을 투자해서 한 번 읽어보면 새로운 것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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