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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

[책 리뷰] 경험의 함정 - 로빈 M. 호가스, 엠레 소이야르(★★★★☆)

by 페펭 2023.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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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의 함정


추천 : ★★★★☆

 

이 책은 자기 계발서라고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소설도 아니고 에세이도 아니고, 인문학 서적까지 갈 것도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사회 심리, 과학 분야의 유튜브 영상을 한 편 보는 느낌이다.


지금 우리는 역사상 가장 쉽게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필요하든 필요하지 않든 무궁무진한 정보를 접한다.

우리는 스스로 수많은 정보 중에 필요한 것을 필터링하며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 뇌는 필터링 기능이 굉장히 약하다.

 

오히려 정보를 걸러내는 것이 아니라 본 것을 그대로 믿고, 오히려 거기서 더 상상하기까지 한다.

게다가 세상에는 내가 본 것과 비슷한 것 위주로 보여주는 기술까지 생겼다.

내가 보고 듣는 것이 곧 이 세상이라고 생각하던 찰나,

 

이 책에서는 이러한 경험에서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다시금 알려준다.

 

'아직도 성공한 사람의 경험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나요?'

 

서점에 가면 시대에 따라 유행하는 책이 있다.

최근에는 '위로'에 관련된 책들이 많았는데 책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요즘 사람들이 그만큼 심적으로 지쳐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런데 갑자기 세상이 과거에 비해 유난히 힘들어진 것도 아닌데 왜 요즘 사람들은 그렇게 지쳐서 위로를 받고 싶어 할까?

오히려 나이 드신 분들은 요즘 세상이 살기 편해졌다는 말을 하지 않는가?

 

저 사람은 저렇게 성공했는데,
저 사람은 매일 여행만 다니는 것 같은데,
저 사람은 매일 맛있는 것만 먹는 것 같은데,
저 사람들의 삶은 저렇게 화려한데..

 

라고 모두가 생각한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저 사람'조차 그렇게 생각한다.

우리는 쓸데없이,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각종 소셜미디어 매체를 통해 타인의 '단편적인' 삶을 아주 쉽게 들여다볼 수 있다.

 

내가 오늘 회사에서 너무 힘든 일이 있었다.
컨디션도 너무 안 좋고 일도 제대로 안 되는데, 상사에게 인격 모독에 가까운 비난을 들었다.
너무 힘들어서 저녁에 맛있는 음식을 먹기로 하고 큰 마음을 먹고 멋진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어느새 앞에는 고급스럽고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이 차려졌고 포크와 나이프를 들기 전에 스마트폰을 든다.
사진을 찍고 소셜 미디어에 업로드를 한다.
정말 눈물 나게 힘든 하루였지만 예쁜 사진 하나는 건졌다.
사실 오늘 내 하루는 10개 중 9개가 힘들었던 하루였는데,
사진을 본 사람들은 나의 하루에 '좋아요' 버튼을 누르고, 부럽다는 말들이 댓글로 달린다.

아마 대부분 비슷할 것이다.

우리가 접하는 타인의 삶에는 힘들고 재미없고 지저분한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늘 행복하고 예쁘고 즐거운 모습만 보인다.

 

예전에는 타인의 삶을 쉽게 접하기가 어려웠지만,

이제는 손가락 터치 한 번으로 모든 사람의 단편적인 삶을 볼 수 있다.

장님들이 모여서 똑같은 코끼리를 만지며 각자 다른 상상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나만 이렇게 힘들다는 착각에 빠지게 되고, 예전보다 더 많은 위로가 필요해진 것이다.

 

각설하고,

'우리는 때때로 불완전한 정보를 보고 그게 전부 혹은 진실이라고 완전히 믿곤 한다.'


성공한 사람들의 자기 계발서는 말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하루를 계획하고, 메모하고, 명상하고, 하루를 피드백하고..

또 좋아하는 일을 하고, 돈을 좇지 말고, 후회 없는 하루를 살고..

무식하게 밤새우며 일하지 말고,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일하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내가 돈을 좇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돈이 나를 따라오게 될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 대부분은 돈을 위해서 일하지 않았다. 등등..

 

아마 대부분의 자기 계발서가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을 것이다.

그 어떤 자기 계발서도 힘들겠지만 회사를 절대 그만두지 말라고 하거나,

뭘 하든 별 다른 것 없으니 하던 일이나 열심히 하라고 하지 않는다.

투잡, 쓰리잡을 하며 악착같이 돈을 모으며 살라고 하지 않는다.

 

현실적인 말보다는 늘 그럴듯한 멋진 말로 꿈과 이상을 말하는 것이 자기 계발서다.

우리는 비슷한 내용의 자기 계발서를 보면서도 서로 다른 스토리 텔링에서 감명을 받고

마치 새로운 출구를 찾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

 

나도 이렇게 하면 성공할 수 있겠지, 그들을 따라 하면 그들처럼 될 수 있겠지.

당연히 성장할 수 있다. 그들이 틀린 방법을 말하는 것이 아니니까.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책에 있는 방법 만으로 그들처럼 되기는 어렵다.

우리가 분명 믿었던 자기 계발서에서 우리가 놓친 것이 하나 있다.

 

 

'1등 하는 친구의 공부법은 나에게 효과가 없다.'

 

학창 시절 반에서 1등 하는 친구에게 어떻게 그렇게 공부를 잘하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정말 궁금했던 것이 그 친구는 학원도 다니지 않았고,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하는 것 같지도 않았는데 항상 1등을 했다.

늘 2등을 하던 친구는 항상 열심히 공부했지만 1등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억울해했다.

 

2등 하는 애는 저렇게 열심히 공부해도 1등을 못하는데 1등 하는 애는 뭔가 다른 방법이 있겠거니 하며 그 방법을 물어봤고 그 친구는 이렇게 답했다.

"수학은 암산해서 푸는 걸 연습해 봐. 오히려 더 복잡하지 않게 풀어질 수 있어.
암기과목은 쓰면서 외우기보다는 책을 눈으로 사진 찍는다는 생각으로 그림 보듯이 외워. 
네가 잘 아는 캐릭터의 머리카락 색깔을 굳이 외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기억이 나는 것처럼."

대단한 방법 같은가?

내가 정말 저 공부 방법을 따라 했을까?

따라 했으면 성적이 올랐을까?

어쨌든 그 친구는 그게 자신의 진짜 공부 방법이라고 했다.

 

참고로 그 친구의 시험지는 그 공부 방법이 옳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해주듯이 항상 밑줄이나 계산과정 하나 없이 깨끗하게 답만 체크되어 있었다.

선천적으로 머리가 좋던 그 친구는 한 번 보면 책이든 뭐든 모든 것을 외울 수 있었고,

복잡한 수학문제도 암산으로 모두 풀 수 있었다.

 

결국 나에게 효과적이었던 공부 방법은 나보다 조금 더 공부를 잘하는 친구의 방법을 따라 하는 것이었다.

 

너무 단순한 사례일 수 있으나 1등 하는 친구의 1등 하는 공부 방법은 그의 좋은 머리가 있을 때 가능한 방법이다.

그 방법 자체가 틀렸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친구에게는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그 친구 입장에서는 그냥 어려서부터 그렇게 하니 1등을 할 수 있었고,

그 공부 방법이 곧 1등을 할 수 있는 공부 방법이 된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도 그 방법이 적용되는지 안 되는지는 그 친구도 모른다.

타인의 삶을 살아본 적이 없으니까.


이것이 자기 계발서의 결과론적 함정이다.

내가 이렇게 해서 성공했다고 말하지만, 사실 성공하고 보니 내가 이런 행동을 해왔던 것이다.

거기에는 시대를 잘 타고난 것도 있었을 것이고, 운도 작용했을 것이고, 누군가의 도움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기 계발서에는 그런 것이 빠져있다.

 

오직 내가 이렇게 살아오며 이렇게 해서 성공했다는 말 뿐이다.

나와 전혀 다른 상황에 있는 사람이 나처럼 해서 무조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면 그 말은 거짓이다.

왜냐하면 그건 자신이 살아보지 않은 삶이니까.

 

'스티브 잡스에게 차고가 없었다면.. 스티브 워즈니악이 없었다면..'

 

한때 기업 대표들 사이에 스티브 잡스 신드롬이 일었을 때가 있다.

아이폰이 나왔을 때도 그랬지만, 아마 스티브 잡스가 사망하고 난 뒤에 그의 자서전을 비롯하여 그의 업적을 일부 보여주는 영화 등이 나왔을 때 더 그랬다.

유명인이 죽은 뒤에 더 칭송받는 것처럼 말이다.

 

아무튼 잡스의 철학을 매력적으로 느낀 회사의 대표들은

자신이 전문 지식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직원들에게 굉장히 철학적인 비전을 제시하거나, (세상을 바꾼다던가 하는..)

기존에 생산하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하여 갑자기 디테일을 강조하며 다 뒤엎거나,

Simple is best와 같은 말을 달고 살기도 했다.

 

아마 잡스처럼 성공하고 싶은 욕구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결과,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비슷한 시기에 대한민국에는 수많은 애플이 아니라 '좋소 기업'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만약 잡스가 차고가 없는 대한민국의 아파트에 살았다면 지금의 애플이 존재했을까?

잡스의 철학을 구체화하는데 큰 기여를 한 워즈니악이 없었다면 애플 컴퓨터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

잡스는 어떻게든 가능했을 것이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래도 확실한 것은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저 성격이 까다로운 직장인 중 한 명이 되었을 줄 누가 알겠는가.

 

스티브 잡스뿐만 아니라 많은 성공한 사람들.

그들이 말하는 성공 공식은 과연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것인가?

 

자기 계발서에 있는 전설적인 성공 스토리들은 물론 유익하고 도움 되는 말들은 맞다.

그러나 그 말을 모두 성공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어떤 사람은 아침형 인간에 더 적합할 수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저녁형 인간에 적합할 수 있는 것이다.


앞서 말한 내용은 책의 극히 일부에 대한 내용이고,

이후 책에서는 성공뿐만 아니라 역경, 고난, 성과, 우리가 SNS를 통해 쉽게 접하는 타인의 삶, 재난 등 여러 요소에 대한 경험을 서술하고 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과 그럴 것이라고 믿어왔던 것들이 결코 우리의 생각과 같지 않다는 것.

그 이면에는 또 다른 것이 있다는 것을 책에서 말해주고 있다.

 

사실 조금은 허무하고 깊이가 없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약간 전반적으로 훑어버리는 감이 없지 않다.

개인적으로도 너무 다양한 분야를 말해주기보다는 특정 분야에 대한 경험의 한계에 대해 깊이 있게 말해주었다면 더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도 무겁지 않게, 유튜브 영상 한편을 보듯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경험의 함정
〈조지 워싱턴〉 미 초대 대통령의 사망에는 주치의들의 어떤 착오가 숨겨 있을까? 〈공룡〉은 왜 자신들의 종말을 예측하지 못했을까? 출판 분야에서 오랫동안 경험을 쌓은 실력 있는 편집자들은 왜 〈해리 포터〉의 출간 제의를 모두 거절했을까? 사무기기의 혁명적 발명품인 복사기를 탄생시킨 〈제록스〉는 왜 사내에서 PC를 개발하고도 상품으로 출시하지 않았을까? 〈에어비앤비〉의 투자 제안서를 받은 7곳의 투자업체는 왜 모두 투자를 거절했을까? 왜 사람들은 과거에 상당한 투자손실을 입었는데도 가장 최근에 수익을 냈다고 〈다음에도 수익을 낼 거라고〉 철석같이 믿을까? 승진이라는 〈좋은 경험〉을 했는데도 왜 행복은 금세 사그라들까? 허리케인 상습 피해 지역인데도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강타했을 때 왜 그곳 사람들은 미리 대비하지 못했을까? 왜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은 경험 많은 예리한 사람들의 장벽을 넘지 못하는가? 왜 경험은, 우리의 발목을 잡는가? 이에 대해, 저자들은 〈경험의 함정〉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시카고 대학 교수를 역임한 의사결정학 분야 교수와 행동과학 전문가인 두 저자들은 경험의 실체와 그 이면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통해, 경험의 긍정적 측면에 가려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경험의 〈어두운 면〉, 〈경험의 부작용〉에 대해 다양한 실제 사례들을 통해 보여준다. 경험은, 생각만큼 삶의 〈든든한 동반자는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
로빈 M 호가스, 엠레 소이야르
출판
사이
출판일
2021.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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