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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

[책 리뷰]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 - 장하준(★★★☆☆)

by 페펭 2023.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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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알고 있는 자유 시장이 진짜 자유 시장인가?


추천 : ★★★☆☆

 

책 난이도가 꽤 있다.

그래서 추천 점수를 후하게 주기가 그렇다.

절대 책이 나빠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읽어보라고 권하기에는 좀 그렇다.

도움 된다고 무작정 다른 사람에게 권하지는 않는다.

쉽지 않은 내용을 결코 쉽지 않게 풀었기 때문에 경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면 정말 재미없을 수 있다.

 

나도 분명히 재밌게 잘 읽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지금 내가 읽고 있는 내용을 머릿속으로 정리해보려 했을 때, 머리가 백지가 되어 앞으로 돌아가서 다시 읽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어려웠지만 그래도 상당히 재밌었다.

무엇보다 나와 생각이 상반되는 전문가의 견해를 볼 수 있어서 재밌었다.

 

나는 일반인의 교양 지식수준에서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제학자인 저자의 논리 수준에 맞춰서 내 생각이 더 맞다, 틀리다 말하기는 어렵다.

그저 내가 알고 있던 수준에서 이건 내 생각과 같다, 내 생각과 다르다 할 뿐이다.

전반적으로 내 생각과 다른 주장이 많았고, 오히려 그런 부분이 책을 읽으면서 더 흥미롭게 느껴졌다.

책을 보다가 종종 멍해질 때가 있는데, 이 책은 그럴 틈도 없이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라는 생각을 계속할 수 있었다.

 

'당신이 생각하는 자유 시장 경제가 진짜 자유로운 시장일까?'

 

우선 '자유 시장'의 뜻을 구글에 검색해 보면 맨 위에 이렇게 나온다.

자유시장은 모든 거래가 정부와 권력에 의한 강제로 실시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거래되는 시장을 의미한다.
(출처 : 위키백과)

 

물론 최초 자유 시장 경제 체제가 나왔을 때 그 부작용들이 발견되며 정부가 일부 개입하는 시장으로 대부분 변화하였다.

 

책 초반에 재미있는 내용이 나온다.

과거 고용주들은 최대 이윤 창출을 위하여 저렴한 아동 노동력을 고용했고, 아동은 생계유지를 위하여 경제활동에 참여하여 돈을 벌 수 있었다.

모두 자발적으로 말이다.

 

지금은 아동의 노동 착취를 방지하기 위하여 아동을 고용하는 것을 규제한다.

아주 어린 아동의 힘든 육체노동만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고등학생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부모의 동의가 필요한 세상이다.

자발적으로 하고 싶다고 해도 허락하지 않으면 할 수가 없다.

 

사실 당연히 있어 마땅하다고 생각했던 자유 시장의 규제 중 하나였지만 규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자유'의 초점을 어디에 두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다.

인권이 기준인지, 아니면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기준인지 말이다.

 

과연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어떨지 모르겠다.

당연히 아동의 노동 착취를 방지하는 쪽이 옳다고 생각할 것이다.

(지금은 옳고 그름을 따지며 누가 맞다 틀리다 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생각을 해보자는 것이다.)

 

그럼 자발적으로 노동에 참여해 노동 착취를 당하여 돈을 버는 아동과, 강제로 노동에 참여하지 못해서 밥을 굶는 아동이 있다면 어떤 쪽이 더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아동일까?

"둘 다."라는 답은 없다고 할 때 어떤 아동을 어떻게 해결해줘야 할까?

 

어쨌든 아동을 고용하는 것을 허용하여 아직 스스로를 지킬 수 없는 아동이 노동 착취를 당할 수 있으니 노동을 금지하는 대신 최소 생계에 필요한 돈을 국가에서 지급해줘야 하는 것이 답일까?

그럼 노동 시장에 국가가 개입하여 이건 되고 이건 안 된다고 하는 것이 자유 시장일까?

그것이 자유 시장이라면 과연 국가의 개입은 어디까지 허용되고, 어디부터 자유 시장의 타이틀을 빼앗기게 되는 것일까?

 

사실 정치나 경제 문제가 늘 그렇듯 어떤 것이 완전히 옳다고 결론 내리기 어렵다.

듣다 보면 이쪽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저쪽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은 계속 이런 식으로 화두를 던진다.

 

'당신이 알고 있고, 당연히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말 옳은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대체로 책 내용은 좌파적인 내용이다.

시장보다는 정부, 경영자보다는 노동자, 자본주의보다는 부의 분배 등 다분히 좌파적인 내용이다.

그리고 꽤 성급한 일반화적인 논리도 많이 보인다.

 

대표적인 예로 주주의 영향력을 감소시키고 노동자 대표를 기업 경영에 참여하는 것이 더 맞다고 말하기도 한다.

노동자 대표가 기업 경영에 참여하면 쉽게 노동자를 해고할 수 없고, 납품업체에 갑질을 하기도 어렵다.

기업 경영에 어느 정도 부당함과 불공평함이 줄어들면 더 성공적인 기업 경영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 반대 사례로 GM은 주주 가치 극대화의 선봉에 서서 파산 때까지 전략을 바꾸지 않았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듣다 보면 여기가 맞는 것 같고, 또 저쪽도 맞는 것 같다.

그런데 어쨌든 원초적으로 기업의 존립에 가장 중요한 것은 부의 분배도 아니고, 노동자들의 부당함을 줄이는 것도 아니다.

단지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이윤을 창출하는 것뿐이다.

 

기업은 경영에 해를 끼치는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고, 납기를 맞추기 위해 납품업체를 재촉할 수도 있다.

과연 GM이 파산한 이유가 과연 주주 가치 극대화 하나뿐일까?

 

주주를 위해 경영하는 것이 불공평, 비효율적이라면 큰 리스크를 안고 있는 주주를 제쳐두고

고용된 노동자와 납품업체의 편의를 위하는 것은 공평하고 효율적인가?

 

노동자는 기업에 고용되어 있을 뿐 언제나 경쟁사로 돌아설 수 있고, 납품 업체는 조건에 따라 납품을 거부하게 될 수도 있다. 그것도 주주가 기업을 포기하며 겪게 될 약간의 손실조차 없이 말이다.

 


아무튼 책은 계속 우리가 간과하고 있던 사실에 대하여 반박한다.

난 전체적으로 책과 정반대의 의견이었지만 그래도 재밌었다.

하지만 역시 읽는데 시간은 많이 걸렸다.

어려웠고, 혼자 생각할 시간도 많이 필요했다.

 

경제학에 관심이 많이 없다면 힘들 수도 있겠지만 관심이 있다면 어려우면서 꽤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나쁜 사마리아인들>로 주목을 받았던 장하준 교수가 들려주는 자본주의 이야기『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저자는 자본주의가 수많은 문제점과 제약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좋은 경제 시스템이라고 말한다. 다만 문제는 지난 30여 년간 세계를 지배해온 특정 자본주의 시스템, 즉 자유 시장 자본주의라는 것이다. 이 책은 자본주의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고, 어떻게 하면 더 잘 돌아가게 할 수 있는지를 이해하도록 돕는다. '경제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해서 의사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에게 올바른 길을 선택하도록 요구하기 위해서 전문 지식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주요 원칙과 기본적인 사실만 알고 있어도 경제 문제에 대해 말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저자
장하준
출판
부키
출판일
2010.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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