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노킹온 헤븐스 도어
감독 : 토마스 얀
주연 : 틸 슈바이거, 잔 조세프 리퍼스
갑자기 다가온 죽음
두 남자가 있다. 한 명은 군용 백을 든 마초 같은 남자, 나머지 한 명은 깔끔하게 옷을 입은 샌님 같은 남자다. 전혀 다른 두 남자는 같은 병원에서 동시에 시한부 판정을 받는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다가온 죽음은 두 남자 모두에게 충격이지만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서 조금 차이를 보인다. 충격을 받고 우울감에 빠진 루디와는 달리 마틴은 병실에서 담배를 피워대며 한편으로는 체념한 듯, 또 한편으로는 무심한 듯이 보인다.
두 남자에게 행운을 가져다주는 마피아
여기 또 다른 두 남자가 있다. 외모를 보면 일반인은 아니고 마피아에 가깝다. 두 남자는 자신들의 보스에게 어떤 물건을 전달하라는 임무를 받고 차를 타고 길을 나선다. 보스는 가는 동안 절대로 차를 멈추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스케이트보드를 타던 소년과 사고가 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그를 병원에 데려다주며 차를 멈추게 된다. 동일한 시간에 마틴과 루디는 몰래 데낄라를 들고 병실을 빠져나와 병원 부엌에서 레몬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다. 소심했던 루디도 술에 취해 마틴과 함께 그 순간을 즐기게 된다. 그러던 중 루디는 바다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말하게 되고, 마틴은 그런 루디에게 바다를 보러 가자는 뜻을 전한다. 그리고 둘은 술에 취한 채 병원을 돌아다니다가 주차장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멋진 자동차 한 대를 발견하게 된다. 술에 취한 채 차를 타고 주차장을 빙빙 돌던 둘은 차의 주인이었던 두 남자를 만나게 되고 나가는 길을 묻는다. 어리숙한 두 마피아는 친절하게 나가는 길을 알려주며 자신들과 똑같은 차를 몰고 있었다고 착각하지만, 이내 마틴과 루디가 자신들의 차를 훔쳤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게 마틴과 루디의 바다를 보기 위한 시한부 여행이 시작된다.
아무리 시한부라지만 이래도 괜찮아?
마틴과 루디는 돈이 필요했기 때문에 주유소 가게를 털고, 더 나아가 은행을 턴다. 훔친 돈으로 좋은 옷을 사서 입고 돌아다니며 남은 시간을 즐기는데, 마틴의 시간은 생각보다 더 짧아 보인다. 이따금씩 찾아오는 머릿속 종양의 통증으로 마틴은 발작을 일으킨다. 그럴 때마다 약을 먹고 진정을 하지만 그저 통증만 줄여줄 뿐 남은 시간을 늘려주지는 못한다. 그러던 중 둘은 우연히 차 트렁크에서 돈이 든 가방을 발견한다. 지금까지 훔친 돈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돈이다. 그 둘은 하늘이 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며 좋은 옷, 좋은 숙소, 좋은 음식에 돈을 쓰며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결국 꼬리가 길어 경찰의 추적에 잡히게 되지만 마틴은 마치 루디를 납치한 척을 하며 경찰을 위협해서 위기에서 벗어난다. 그들은 바다를 보러 가는 여행자에서 한 순간에 도망자 신세가 된다. 게다가 엎친데 덮친 격으로 마피아까지 마틴과 루디를 쫓는다. 뉴스에는 마틴이 병원에서 루디를 납치하고 탈출한 범죄자로 나오게 된다. 둘은 아랑곳하지 않고 모두를 따돌리고 도망간다. 도망친 뒤 마틴은 죽기 전에 어머니가 꼭 갖고 싶어 했던 분홍색 자동차를 중고로 구매하지만 거기서 또다시 경찰에게 덜미가 잡히게 된다. 비가 내리던 날 마틴과 루디는 마틴의 어머니에게 차를 선물하기 위해 어머니의 집에 가지만 그곳에는 이미 경찰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마틴은 다시 한번 루디를 인질처럼 붙잡고 경찰들을 위협해보지만 갑자기 통증이 찾아와서 쓰러지게 된다. 이를 본 루디는 마틴을 구급차에 옮겨서 병원으로 향한다. 그런데 마틴이 쓰러진 것은 다시 한번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재치였고, 둘은 또다시 경찰로부터 탈출을 성공하게 된다.
바다
그들이 도망쳐서 들른 곳은 한 클럽이었다. 그 클럽에서 마지막으로 놀며 즐기고 있었는데 하필 그 클럽은 마틴과 루디가 훔친 차와 돈의 진짜 주인이 있던 곳이었다. 결국 둘은 잡혀서 지하실에 갇히게 되는데 돈을 내놓으라는 마피아의 말에 자신들의 사연을 말하며 죽일 거면 빨리 죽이라고 말한다. 그들의 사연을 듣게 된 마피아 보스는 그들에게 더 늦기 전에 바다를 보러 출발하라며 자비를 베푼다. 클럽에서 빠져나온 마틴과 루디는 마침내 바다에 도착하게 된다. 둘은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며 마지막 술을 나눈다. 그리고 마틴에게 마지막 통증이 찾아오며 그 자리에서 마틴이 숨을 거둔다. 루디는 그런 마틴 옆에서 조용히 그를 보내주며 영화는 끝난다.
죽음의 무게
사람은 누구나 죽고 그 무게는 아주 무겁다. 죽음은 고통스럽고 두렵게 느껴진다. 하지만 영화에서 마틴과 루디는 죽음을 고통과 두려움으로 맞이하지 않는다. 만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둘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마지막으로 삶에서 발견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위해 오히려 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영화 내내 총격전과 도주 장면이 있지만 그 어느 누구 하나 총에 맞거나 죽는 장면이 없다. 죽음을 결코 가볍지 않지만 또 무겁지도 않게 풀어낸 영화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바다를 바라보는 장면과 거기서 나오는 Knockin' on heaven's door 음악은 이 영화를 영원히 기억 속에 남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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