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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꺼내기

MZ세대, 불편한 현실

by 페펭 2022.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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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의 정의

아마 이런 주제를 거론하면 누군가 굉장히 불편해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마 읽다가 때려치울 수도 있다. 7080, 586 등 특정 세대를 칭하는 용어는 예전에도 있었지만 한 세대에 대한 정체성이 이렇게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거의 처음인 것 같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MZ세대는 한 세대로 묶기에 무리가 있다. MZ세대의 정의는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까지 무려 20년에 걸쳐 출생한 세대에 대한 통칭이다. 한 마디로 20세와 40세를 한 세대로 묶어 놓은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MZ세대가 이슈가 되기 시작한 것은 현재 40대가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20년 전이 아니라 근 5년 사이에 이슈가 된 것이다. 5년 사이에 사회 진출을 시작한 세대는 M세대가 아니라 정확히는 Z세대에 가깝다. 지금 서점에 쏟아져 나오는 책들은 MZ세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정확히는 Z세대, 즉 1990년대 중반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다. M세대의 끝자락에 속한 사람으로서 왜 사람들이 그토록 MZ세대, 정확히 Z세대의 특징에 대해 논쟁을 하는지 이야기해보려 한다.

 

미생, 그리고 M세대

내가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TV에서 '미생'이라는 드라마가 방영되었다. 웹툰 원작 드라마로 웹툰만큼이나 드라마 또한 인기가 많았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를 보며 공감했고, 또 위로를 받았다. 직장 생활은 당연히 힘든 것이었고, 각자의 자리에서 버티고 이겨내면서 살아가는 것이 당연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더라도 주어진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했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오늘 하루를 희생하는 것이 익숙했다. 나는 항상 부족했고, 직장에서 9가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더라도 1가지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그거 하나로 버틸 수 있었다. 힘든 일이 있어도 함께 하는 사람이 좋으면 버틸 수 있었다. 야근을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야근을 한다고 해서 오로지 그것이 퇴사의 사유가 되는 일은 많지 않았다. 버티고 버티다가 도저히 버티기 힘들 때쯤 회사를 그만두고 이직을 했다. 직장생활에 지치고 사람에 지칠 때쯤, 유튜브에서 우연히 미생 드라마를 보게 되면 한 번씩 눌러보고 뭔가 위로를 받기도 했다. 우리는 각자 장그래가 되기도 했고, 장백기가 되기도 했고, 한석율이 되기도 했고, 안영이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약 6년 뒤 유튜브에서는 '좋좋소'라는 드라마가 나왔다.

 

좋좋소, 그리고 Z세대

우리가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5~6년이 지날 때쯤 90년대 초중반에 태어난 사람들이 사회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비슷한 시기에 유튜브에서는 웹드라마 '좋좋소'가 나왔다. 솔직히 재밌게 봤다. 다음 편이 언제 나오나 기다리기도 했다. 어떻게 회사에서 저럴 수가 있을까 싶은 것도 있었고, 우리 회사도 저런데 하는 것도 있었다. 그리고 우리 회사에도 90년대생 신입사원들이 들어왔다. 사회 초년생에게 늘 붙는 '요즘 애들'이라는 타이틀은 당연히 붙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보다 사회생활을 오래 하신 분들은 물론, 우리조차도 요즘 애들은 우리와 다르다는 말을 했다. 그런데 여기 기존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 그동안 우리에게 '요즘 애들'이라는 칭호를 붙이며 혀를 차던 사람들은 우리와 최소 10년 이상 차이나는 사람들이었다. 그 이내에 속한 사람들은 솔직히 우리와 성향이 비슷했다. 그런데 이 친구들에게는 불과 5년 정도 차이나는 우리 조차 굉장히 다른 것을 느꼈다. 그들은 나와 너의 선이 뚜렷하게 정해져 있었고, 출근 시간보다 조금 일찍 와서 하루를 준비하는 것에 부당함을 느꼈다. 직장에서 생길 수밖에 없는 사사로운 불만들을 거리낌 없이 표현했고,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 그리고 쓴소리 하는 사람들에게는 '꼰대'라는 칭호를 무차별적으로 붙였다. 그들에게는 능력 있고 차가운 상사보다는 능력 없지만 따뜻한 상사가 인기가 많았다. 그 인기는 존경의 표시가 아니라 만만함의 표시였다. 회사에 9가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더라도 1가지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버텼던 것과 달리, 9가지가 마음에 들더라도 1가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ㅈ소'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그리고 그런 자신들은 MZ세대라고 부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버티던 장그래 대신 도망치는 조충범이 나타났다.

 

 

출근시간 논쟁

아마 MZ세대 하면 꽤 많이 나왔던 논쟁이 바로 출근시간 논쟁일 것이다. '9시 출근이면 9시에 딱 도착하면 된다.'와 '조금 일찍 도착해서 업무 준비를 해야 한다.'의 논쟁이다. 보통은 9시 출근이면 10~20분 전에 도착해서 업무 준비를 하곤 한다. 그런데 위에서 말한 '요즘 애들'은 이것을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그럼 10분 전에 출근한 날은 퇴근도 10분 일찍 해도 되냐는 말을 했다. 자신의 근로 시간은 9시부터 6시까지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이라고 하며 말이다. 거기에 우리 팀 과장님 한 분은 그럼 너희가 일하는 8시간 동안 커피 먹는 시간과 수다 떠는 시간도 다 공제해서 연장 근무로 붙여야 하냐는 말을 했고, 과장님은 꼰대가 되었다. 물론 출근시간이 9시에 정해져 있는데 8시 40분까지 출근하라고 한다면 잘못된 것이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보통은 그래 왔기 때문에 누구나 아무렇지 않게 조금 일찍 출근을 했던 것이다. 아무도 이것이 부당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9시에 정확히 도착하면 헐레벌떡 들어오며 눈치를 보고 앉곤 했다. 개인적으로 '10분 전에 출근한 날은 10분 일찍 퇴근해도 되냐'는 말에 화가 나기도 했다. 마치 난 당신이 뭐라 하든 받아칠 준비가 되어있으니 아무 말이나 해보라는 듯한 모습이었다. 왜 그들은 자기에게 자신과 다른 의견을 말하는 사람과 싸우려고 하는걸까. 왜 차별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과 다른 의견에 대해서는 귀를 막고 '꼰대'라는 무기로 한 순간에 구시대적 산물로 치부해버리는 것일까.

 

오죽하면 서점에 책이 다 나오냐

난 일주일에 한 번씩 서점에 가서 두어 시간씩 보내곤 하는데 요즘 서점에 가보면 90년대생에 관한 책들이 많이 출판되어 있다. 그동안 자기 계발서는 대부분 돈, 성공, 커리어, 멘털 케어 등에 관련된 것들이 많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소위 말하는 '90년대생 공략집'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아마 한 세대에 대한 공략집이 이렇게 많이 나오는 것은 처음일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내가 신입사원으로 회사에 입사를 한다. 그럼 난 당연히 직장생활을 어떻게 해야 잘하는 것인지, 상사에게는 어떻게 하는 것이 예의인지, 일은 어떻게 해야 잘하는 것인지 생각하고 그것을 배운다. 무엇을 하나 하더라도 옆에 앉은 상사의 눈치를 보면서 하고, 혹시 틀린 것이 있는지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것이 있는지 생각한다. 그리고 상사의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대체 왜 그 공략집이 역행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왜 나이 지긋하게 든 부장님의 책상에 90년대생과 함께 일하는 방법이 적혀있는 책이 꽂혀있고, 저 멀리 앉아있는 신입사원의 책상에는 재테크 책이 꽂혀있는 것인가. 과연 그들은 5년 뒤, 10년 뒤 2000년대 생들이 입사했을 때 자신들과 같은 행동에 대해 그저 자비롭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똑같이 '나 때는'을 외칠 것인가. 아무튼 그 책들을 보고 나와 동기들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도 요즘 애들이었지만 쟤들은 오죽 까탈스러우면 서점에 책이 다 나오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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