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랑의 블랙홀
감독 : 해롤드 래미스
주연 : 빌 머레이, 앤디 맥도웰
만약 하루가 무한 반복된다면?
타임루프 물은 꽤 많은 영화에서 다뤄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한 번쯤 생각해본다. 오늘 하루를 다시 살 수 있다면 어떨 것인가? 새로운 선택을 해볼 수도 있고, 하지 못했던 말을 해볼 수도 있고, 실수로 했던 말을 하지 않을 수도 있고, 틀어진 일을 바로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같은 하루를 다시 살 수 있는 것은 꽤 축복에 가까운 일이다. 하지만 영화 '사랑의 블랙홀'에서 주인공 필 코너는 같은 하루를 다시 사는 정도가 아니라 무한히 사는 지경에 이른다. 아무리 다른 선택을 하고 새로운 일을 해도 또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서 반복되는 같은 하루. 만약 당신이라면 그 타임루프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마못의 저주?
주인공 필 코너는 성격이 굉장히 자기중심적이고 시니컬한 기상 캐스터다. 영화는 2월 2일 펑추토니라는 마을에서 개최되는 성촉절 축제로 시작된다. 매년 2월 2일 펑추토니 마을에서는 마못이라는 동물을 데리고 봄이 오는 것을 점치는 축제를 한다. 필 코너와 신입 PD 리타, 그리고 카메라맨 래리는 성촉절 축제를 취재하기 위하여 2월 1일 펑추토니 마을로 향한다. 필 코너는 마을로 가는 길부터 이 취재가 굉장히 귀찮고 무의미하다는 듯한 제스처를 취한다. 그리고 마을에 도착한 뒤에는 정해진 숙소가 지저분해서 못 자겠다는 말을 하고 혼자 별도의 호텔에서 묵게 된다. 다음 날 성촉절 축제는 시작되고 필 코너는 역시 굉장히 비꼬는 듯한 취재를 마친 뒤 복귀를 하려 하지만 폭설로 인해 다시 펑추토니 마을로 돌아오게 된다. 리타는 어차피 돌아왔으니 마못 만찬회에 가는 것을 제안하지만 필은 거절을 한 뒤 자신의 숙소로 돌아온다. 다음 날 알람 소리에 깬 필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다. 똑같은 라디오 멘트, 거리 풍경, 그리고 어제 자신이 만났던 거지, 보험 판매원 등 전부 전날과 같았다. 심지어 성촉절인 것도 같았고, 취재를 해야 하는 것도 같았다. 리타에게 이 사실을 얘기하지만 리타는 그가 술에 취했다고 생각하고 취재를 진행하자고 한다. 그렇게 이상한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 일어났지만 역시 같은 하루다. 다른 사람들에게 얘기를 해보고,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기도 하지만 아무도 믿지 않고 건강에 이상도 없었다.
이렇게 된 거 막살자
하루가 리셋된다는 사실을 인지한 필은 일부러 차 사고를 내고 유치장에 갇히지만 역시나 다음 날 자신의 호텔에서 같은 하루를 맞이한다. 그는 자신을 거슬리게 하는 보험 판매원을 폭행하기도 하고 음식점에서 건강에 나쁜 음식을 마음대로 먹기도 한다. 그리고 한 여자의 정보를 알아낸 뒤 다음 날 그 여자에게 접근해서 그녀의 동창인 척 행동하며 그녀와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또 다른 하루는 돈을 훔치기도 하고 리타를 유혹할 마음을 먹기도 한다. 필은 매일 리타의 취향을 파악해서 리타로 하여금 마치 그가 리타와 똑같은 취향을 가지고 있는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한다. 이 착각은 꽤 효과적이었고 리타는 자신과 잘 통하는 필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그런 리타와 하룻밤을 하려 하지만 그것은 쉽지 않았다. 수많은 시나리오로 그녀에게 접근했으나 그녀와 하룻밤을 함께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결국 필은 염증을 느끼고 비관적으로 변해버린다. 그는 마못을 납치해서 자동차를 타고 절벽에서 떨어져 사망한다. 그리고 다시 깨어난다. 욕조에 물을 받아놓고 토스트기를 넣어서 감전사하고 또다시 깨어난다. 높은 곳에서 투신자살을 하고 다시 깨어난다. 수많은 방법으로 자신을 죽이지만 여전히 그는 2월 2일 아침에 호텔에서 깨어난다. 그리고 그는 결국 리타에게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얘기한다. 너무 많은 하루를 반복한 탓인지 그는 주변에 처음 보는 사람들의 인적사항을 상세히 알고 있었고 리타는 그 모습을 보고 필의 말을 믿게 된다. 그리고 하루 종일 필과 함께 있어보기로 한다. 둘은 꽤 가까워지고 함께 밤을 새우며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게 되지만 리타는 이내 잠이 들고 만다. 필은 그런 리타를 보고 진심으로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타임루프 활용의 정석
다음 날 역시 혼자 일어난 필은 조금 새로운 아침을 맞이한다. 똑같은 하루였지만 사람들에게 다정하게 다가간다. 리타와 래리는 그런 필이 어색하지만 나쁘지는 않다. 필은 또한 피아노도 배우고, 얼음 조각도 배우는 등 자신을 위해 시간을 투자한다. 그리고 어려움에 빠진 사람들을 돕는다. 매일 같은 하루가 반복되니 언제 어디에서 어떤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는지 알게 되었고 그는 타인의 입장에서 단 하루 만에 펑추토니 마을의 유명인사가 된다. 처음에는 가지 않았던 마못 만찬회에서 필은 수많은 하루를 반복하며 익힌 피아노 실력을 맘껏 뽐낸다. 리타는 주변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재주가 많은 필을 보며 그를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둘은 하룻밤을 함께 하게 된다. 다음 날 아침 필은 뭔가 달라진 아침을 맞이한다.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옆에는 리타가 누워있었고, 늘 똑같던 라디오 멘트는 달라져 있었다. 거리는 성촉절 축제로 바쁘게 가는 사람들 대신 텅 빈 길 뿐이었다. 결국 필은 언제 끝날지 모르던 무한한 타임루프에서 벗어나 오늘이 된 내일을 맞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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