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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꺼내기6

매 순간이 전생이었다. 가끔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면 굉장히 남의 일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남의 일처럼 느껴진다는 것은 낯설다는 뜻이다. 내가 과연 어릴 때 진짜 그렇게 살았나, 이런 감정을 가졌었나, 이런 사람을 만났었나. 너무 어릴 때로 가지 않아도 된다. 30대 중반이 넘어가는 지금, 20대 후반이었을 때만 생각해도 그게 정말 이번 생에 있었던 일인지 까마득할 때가 있다. 지금과 상황도 달랐고, 외모도 달랐고, 성격도 달랐고, 자주 하는 생각도 달랐다.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와 과연 같은 사람인지, 전생의 수많은 나 중 하나인지 생각했다. 그때는 가능했던 것들이 지금은 불가능한 것이 있고, 그때는 하지 못했던 것들을 지금은 쉽게 하는 것도 있다. 그러다 보면 한참 어릴 적으로 생각이 돌아가는데, 그 삶은 더욱 전생의 삶.. 2023. 7. 9.
그냥 하는 것 난 뭔가 하려고 하면, 그게 일이든 혼자 노는 것이든 누군가와 함께 노는 것이든 하기 전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딱히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우는 것도 아니다. 주로 이걸 어떻게 하면 더 빨리, 더 재밌게, 더 효율적으로, 더 효과적으로 할지 생각한다. 어떤 선택을 해야 더 좋을지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또 다른 비슷한 것을 보면서 '저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며 삼천포로 빠지기도 한다. 그래서 정작 내가 생각하는 10가지의 무언가가 있다면 그중에 실행되는 것은 2~3개 정도 될 것이다. 책에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생각이 많은 사람은 기름값이 가장 싼 주유소를 찾아서 전국을 헤맨다. 내가 하는 일이 항상 이러했다. 물론 가장 저렴한 방법을 찾는 것은 아니지만 늘 생각이 앞서 행동을 방해.. 2023. 7. 4.
늦되다. 생각해 보면 나는 어릴 때부터 남들보다 늦었다. 항상 뒤늦게 먼저 앞서간 이들을 바라보며 아쉬워하고 그리워했다. 사춘기 중학교 시절 친구들이 사춘기가 한창 와서 얼굴에는 여드름이 나고 반항기가 늘어날 무렵 나는 대체 그 사춘기나 질풍노도의 시기가 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변성기가 뭔지 잘 몰랐다. 그래서 잠시나마 어른스러움으로 느껴졌던 그들의 쉬어버린 목소리가, 얼굴에 핀 여드름이 부럽기도 했다. 남들이 사춘기를 다 넘겨가고 있을 무렵, 고2, 고3 때 나의 사춘기가 왔다. 친구들이 겨우 사춘기를 넘기고 하나 둘 미래를 정해갈 무렵 난 공부가 과연 인생에서 중요한 것인가, 대학을 꼭 가야 하는가, 세상이 이렇게 부당하구나 하며 사춘기를 만끽했다. 혼자 느끼던 사춘기는 외로웠다. 대학 난 대학도 늦었다. .. 2023. 6. 27.
돌과 스펀지 퇴근 후 대학원 수업에서 있었던 일이다. 교수님께서는 수업에 앞서 자신의 페르소나, 즉 현실의 나 말고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을 하나 상상해 보라고 하셨다. 그리고 몇 명씩 지목을 하여 발표를 하게 하셨는데, 누군가는 용맹한 사자, 누군가는 넓은 바다 등 다양한 모습과 그에 걸맞은 이유들이 나왔다. 내가 생각한 나의 페르소나는 '돌'이었다. 돌처럼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는 건 아니고 돌이 가진 특성 때문에 그랬다. 일을 하다 보면 쉽고 원만하게 내 뜻대로 해결되는 것이 별로 없다. 늘 누군가와 부딪치고 싫은 소리를 해야 하고, 또 싫은 소리를 들어야 한다. 논리적으로 말을 해도 논리가 통하지 않는 상대라면 많은 참을성이 필요했다.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지만 무서워서 다 내려놓고 도망가고 싶었던 적이 너.. 2023. 3. 11.